돌아다니는 시각

2014년 04월 03일 - 2014년 05월 25일
전시실3-4

노마디즘nomadism이란 생존 또는 더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 이동하는 노마드의 생활방식을 반영한 개념으로,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유목적 사고를 노마돌로지nomadology라 명하고, 노마드 개념은 물리적인 이동 행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유목민이 이동하기 위해 멈추는 사람들이라는 본연의 의미가 현대에 와서는 사유와 영역의 확장을 목표로 하여 변신하는 사람들로 이해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분야에서 노마디즘을 논할 때는 현대 디자인분야의 속성과 유입 과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해결안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인의 기본목표라 인정하면, 외국에 이주, 또는 학습의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 스스로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보다는 디자인된 결과물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해보는 편이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변화하는 ‘이동’의 개념을 살펴보고, 노마디즘이 파생시킨 인간의 유형과 그 관련 개념들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과거 속에서 이동의 개념이 어떻게 수용되어 왔는지 역사적 맥락과 시각적 결과물에 주목하여 제시하는 것이 그 시발점입니다. 이를 위해 노마드의 원형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보부상’의 행태와 그들이 편리하게 사용하였던 도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노마디즘에 따른 ‘이동’의 개념을 광범위한 디자인분야에서 이해하여, 어떠한 디자인 요소와 원칙들이 이동에 있어서 기능성을 높이는지 분석하였습니다.
이동을 하는 목적은 무엇보다 새로운 공간, 더 나은 공간에 머무르고 싶기 때문입니다.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의 노마디즘을 적용하면, 새로운 공간에 머무르기 위해서 꼭 물리적인 이동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지각과 감각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으로 실험하도록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구, 디자인, 건축, 회화, 영상 등 경계를 뛰어넘어, 이동과 관련된 작품들을 소개하며, 종국에는 작품 그 자체로 인하여 우리의 생활과 삶의 자세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 지를 생각해봅니다. 예술문화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 분야의 관련자들을 컬처럴 노마드cultural nomad라고 지칭합니다. 이 전시를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컬처럴 노마드의 삶을 경험하기를 기대합니다.

연계 출판: 돌아다니는 시각